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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슬기의 미다시 (미디어 다시 읽기)]
[미디어오늘 이슬기 프리랜서 기자]



▲ 3월8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40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 나는 일간지의 국제부 기자로 일했다. 당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크림대교 폭발 붕괴를 기화로 확전 양상을 띠고 있었고, 출입처가 분명치 않은 국제부에서 나는 자주 전쟁 기사를 쓰게 됐다. 외신들을 읽어가며, 양국의 주요 정치인들과 취재 기자들의 SNS를 팔로우해가며, 낯선 무기 관련 용어들을 찾아가불곰주식연구소
며 꾸역꾸역 기사를 썼다. 시시각각 사람들이 죽어난다는 전장을, 직접 보고 듣지 못한 상태로 남의 말에 의존해 다루는 일은 내게 일말의 기묘함을 안겨주었다. 전황이 번져 야근이라도 할라치면, 나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는 먼 곳의 일로 노동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별안간 화도 났다. 그래서일까, 지난 3·8 여성파업대회에서 만난 구호는 뜻밖에 당황스러웠다. “무료충전 바다이야기
프리! 프리! 팔레스타인!(Free! Free! Palestine!)” 우크라이나 못지 않게 먼 곳의 생면부지인 사람들에 연대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외치고 있었다.

지난 18일, 가자 전쟁 발발 2년을 맞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전국집중행동 집회가 열렸다. '전쟁 발발 2년'이라는 숫자와 함께 이스라엘회사채
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정 합의 소식, 한국인 최초로 팔레스타인 구호선단 '천개의 매들린호'에 탑승했다 나포됐던 평화 활동가 해초의 석방 등으로 집회에는 많은 관심이 몰렸다. 주최 측 추산 3000여 명이 참가했고, 이는 한국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단일 연대 집회로는 최대 규모였다. 활동가 해초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세계는 연결돼 있다. 그신천지인터넷게임
연결은 가끔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이스라엘의 학살에 가담하는 것 같은 끔찍한 연결이 되기도 한다”며 “그렇다면 우리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 연결에 금을 내고 만드는 '새로운 연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가 갖는 의미에 비해, 언론 보도는 심플하기 그지 없었다. 뉴스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주말 집회 동향을 종합한 기사에 집증권 투자의 정석
회 개최와 함께, 경찰 측 추산인 듯한 '약 1천명이 참여했다'는 소식만 단 두 문장으로 전했다. 한국경제TV와 서울경제의 보도도 이와 비슷했다. 여성신문과 참여와혁신만이 집회를 르포 형식으로, 다양한 참가자들의 멘트와 함께 자세히 다뤘다.



▲ 10월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 집중집회가 열렸다. 사진=한국여성민우회 페이스북



이는 지금껏 언론이 가자 전쟁을 다루며 보여온 무감한 태도들과 궤를 같이 한다. 수많은 전쟁 보도들처럼 가자 전쟁 또한 전황의 규모에 집중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입을 주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1967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 강제 점령의 역사가 먼저임에도 불구하고, 2023년 10월 7일의 '알 아크사 홍수 작전' 같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의 학살은 똑같은 층위의 잘못처럼 다뤄졌다. 여기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기계적 양비론으로 다뤄온 서구 언론을 주로 인용한 한국 언론의 역사도 한 몫 한다. 2021년 5월에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있어 한국 언론의 외신 인용은 서구 언론에 압도적으로 치우쳐 있다(73.4%). 다음은 이스라엘 언론(12.6%), 팔레스타인 언론 (2.4%) 순이었다. (백승훈(2024),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국내 언론 보도 지형의 비대칭성 연구')

기성 언론들이 관습적인 전쟁 보도를 이어가는 새, 대학 언론들의 행보는 훨씬 전향적이다. 지난달 1일, 서울대 학생 자치 언론인 서울대저널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언론인 표적 살해를 중단하라는 의미를 담아 지면을 검게 채우는 공동행동 '블랙아웃'에 참가했다. 전쟁 2년을 맞아서는 '가자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동안'이라는 제목의 팔레스타인 특집호를 냈다. 이화여대 이대학보는 가자지구 집단학살과 연관이 있는 한국 기업을 규탄하고, 시민들에 팔레스타인의 문화를 알리는 대학가의 연대 움직임을 상세히 보도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청년들 “일상 속 보이콧 중요”>, 이대학보, 9월21일) 기사 속 청년은 “우리의 삶은 내 삶으로만 끝나지 않고, 팔레스타인 해방도 우리와 연결돼 있다”(김명희)고 말한다. 한국인 해초가 팔레스타인으로 가는 구호선박에 오르기 전부터도, 팔레스타인의 일을 두고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낀 이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타국의 전쟁을 다루며 습관적인 기계적 중립, 피해 규모 같은 숫자에의 집착, 서구 언론에의 의존성, 정작 한국에서의 연대에는 눈 감는 모습 등은 이·팔 분쟁의 오직 한 방향만을 보게 한다. 숫자 너머 사람을 보지 못했던 국제부 기자이자, 이역만리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이들이 놀라웠던 나는 이제 뉴스룸의 문법을 넘어서는 국제 뉴스 보도를 꿈꾼다. 그 일의 필요성은 서울대저널에 실린 서울 사는 팔레스타인인인 시마 자예드의 글로 갈음할 수 있겠다. “한국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의 목소리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중략) 자유를 뺏기고, 국가가 분단되고, 고통이 타인에 의해 정치적 도구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당신들은 안다. 팔레스타인과 함께 설 때, 당신들은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구경꾼이 아니라 억압의 양식을 알아보고 거부하는 사람으로서 말하는 것이다.”(<가자지구는 그리 멀지 않다: 팔레스타인인과 한국인의 연대>, 서울대저널, 10월17일) 꼭 전문을 서울대저널 홈페이지에서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