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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불빛 아래서 열쇠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열쇠는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왜 여기서 열쇠를 찾는가?”라고 묻자, 이 사람은 “불빛이 여기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열쇠는 빛이 비치는 곳이 아니라 어둠이 드리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엉뚱한 곳에서 해답을 구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유한 이슬람 신비주의, 수피의 우화다. 국내 대표적인 신화학자이자 ‘꿈 분석가’인 고혜경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 이야기를 현대인의 초상이라 말한다. “현대의 대표적 속성이 ‘삶의 피상성’이에요. 많은 것에 휩쓸리고 mtn
많은 것에 노출되면서 겉으론 넓어졌을지 모르겠지만 내면적으로 깊어지진 않았거든요. 성숙한 사람은 자기 안의 나침반을 갖고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는 사람입니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결국 안으로 깊어지는 과정이에요. 꿈은 바로 그 깊이에서 나오는 이야기여서 자신의 뿌리에 닿을 수 있게 도와주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답이 없는 자리에서 답을 찾고 있어요온라인릴게임
.”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신화로 읽는 남성성 He’ ‘내면작업’ ‘꿈이 이끄는 치유의 길’ 등 그가 번역한 책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꿈’과 ‘신화’다. “꿈과 신화는 닮았습니다. 꿈은 개인의 신화이고, 신화는 인류의 꿈이에요. 꿈이 무의식이 의식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면, 신화는 인류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창작물이죠. 둘 다 은유와온라인야마토릴게임
상징이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합니다. 꿈과 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그 내용을 ‘황당하다’고 하지만, 꿈과 신화는 정확한 문법과 공식을 가지고 있어서 하나도 황당하지 않습니다.”
그가 번역 이력에서 가장 각별히 여기는 책은 ‘여신의 언어’다. 하버드대의 유일한 여성 고고학자였던 마리야 김부타스가 ‘여신의 시대’였던 인류 초기의 문명을 유물로 주식투자분석
복원한 책이다. 고대 사원, 신전, 무덤에서 발굴된 조각, 인형, 프레스코화, 토기 등 2000여가지 유물이 생생한 도판으로 담겼다. 2㎏에 육박하는 무게의 책을 5년에 걸쳐 번역해 2016년 출간했지만, 비싼 제작 단가와 불투명한 판매 전망 때문에 이듬해 절판됐다. 하지만, 중고 가격이 30만원까지 치솟고 재출간 요청이 쇄도하면서 지난해 다시 세상에 나왔파칭코하는법
다. 재출간 후 유발 하라리의 책 다음 판매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역주행 신화’를 썼다.
“실은 너무 방대한 책이라 다른 사람이 번역해 주길 기다린 책이었어요. 그런데 국내에 이 책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제가 결단을 내리고 출판사를 설득했었죠. 쉽게 읽히는 대중서가 아닌데 대중서 이상으로 팔렸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이 책을 많이 찾는다는 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는 걸 선명하게 보여주는 거 같아서 저에게 특별한 책이죠.”
꿈과 신화는 융 심리학의 핵심적 원천이다. 최근에는 ‘융 심리학 개념어 사전’을 번역 출간했다. 융이 사용한 용어와 개념어만 모아 정리한 국내 최초의 사전이다. 융 심리학 팬들은 환호할 책이지만, 그에겐 “골병드는 작업”이었다. “용어 하나하나가 기존에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돼 있는지 찾아보고 대조해 본 뒤, 가장 정확한 용어로 옮겨야 하니까 꽤 긴 시간을 공들여야 했어요.”
그의 학문적 여정의 출발선은 자연과 생태였다. “여고생 시절 산악반에서 활동하며 전국의 산을 다 다녔어요. 산을 너무 좋아해서 계속 산을 다닐 수 있는 전공을 찾다가 지질학과에 진학했죠.” 대학원에서 고생물학을 공부한 뒤 환경운동에 참여하면서 생태영성을 접했고, 세계적인 생태신학자 매슈 폭스 신부에게 매료돼 그분이 재직하는 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 퍼시피카대학원에서 신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오클랜드 창조영성대학원에서 제레미 테일러 박사에게 그룹투사 꿈 작업을 배웠다. 테일러는 베트남 참전군인, 난민, 성소수자, 노숙인, 범죄자 등을 대상으로 한 그룹투사 꿈 작업을 통해, 꿈이 지닌 영성적 가치와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증명한 인물이다. 고 교수도 귀국한 뒤 5·18 광주민주화운동 생존자를 비롯한 다양한 집단을 상대로 꿈 작업을 통한 치유 활동을 벌였다.
저자로서의 출간도 활발하다. ‘나의 꿈 사용법’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등의 저서가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최근에는 그리스 여신들의 자취를 따라간 ‘마음 오디세이아 1’의 후속작 ‘마음 오디세이아 2’ 원고를 탈고했다. 후속작은 그리스 남신들을 다룬다. 융은 “빛의 형상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의식하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말했다. 그의 번역서와 저작을 읽는다는 건, 신화와 꿈을 매개로 내 안의 깊고 어두운 심연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생의 열쇠를 발견할 수 있다. 진짜 열쇠는 늘 어둠 속에 있으니까. 글·사진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 이런 책들을 옮겼어요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
꿈에 나타난 여러 가지 상징과 신화, 원형을 다루고 혼자 또는 함께 꿈 작업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고 교수는 “내 마음을 알려고 해도 마음이라는 게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아서 막막한데 그 마음을 영사기에 돌려서 영화 한 편으로 보여주는 게 꿈”이라면서 “꿈과 친해지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교재”라고 소개했다.
제레미 테일러, 성바오로출판사(2006)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융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어두운 존재, 즉 그림자를 연구한 심리분석서이다. 역사, 신화, 문학 속 사례를 통해 그림자 심리를 탐구한다. 고 교수가 번역한 책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그는 “이 책은 내 안의 그림자와 잘 지내게 되는 법을 알려주는데 그렇게 되면 스스로에게 관대해져서 과한 방어와 젠체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귀띔했다.
로버트 존슨, 에코의서재(2007)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 We
‘트리스탄과 이졸데’ 신화를 통해 로맨틱 러브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고 진화사적인 의미를 찾아낸다. 고 교수는 “로맨틱 러브는 원래 인간에게 있었던 개념이 아니라 중세에 태어난 개념”이라며 “이 책은 로맨틱 러브의 방식으로 우리 영혼이 우리에게 호소하고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또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로버트 존슨, 동연(2008)
여신의 언어
역사시대 이전 선사시대의 유물을 통해 여신 전통의 문명을 보여준다. 2000여가지 유물 도상이 의미에 따라 상징군으로 분류돼 있으며, 미학적·디자인적인 소장 가치도 뛰어나다. “인류 역사에서 가부장제는 아주 최근의 역사로, 인간이 언제나 이런 방식으로 살았던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동시에 예술을 사랑하고 땅과 자연의 풍요로움에 감사하던 시기를 보여준다.”
마리야 김부타스, 한겨레출판사(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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